“가짜 아닌 진짜 예술가” 故 너훈아, 오늘 서거 12주기 맞이해

대한민국 최고의 가왕 나훈아를 빼닮은 외모와 목소리로 대중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했던 모창가수 너훈아(본명 김갑순)가 우리 곁을 떠난 지 12년이 흘렀습니다. 고인은 지난 2014년 1월 12일, 2년간의 간암 투병 끝에 향년 57세의 나이로 짧았던 생을 마감했습니다.
단순히 흉내 내는 것을 넘어 관객들에게 대리만족과 즐거움을 주었던 그는 20년 넘게 전국 각지의 밤무대와 행사장, 방송을 누비며 ‘너훈아’라는 이름 석 자를 대중의 가슴속에 각인시켰습니다. 오늘 그의 기일을 맞아 팬들과 동료들은 무대 위에서 불꽃처럼 살다 간 고인의 열정을 다시금 기리고 있습니다.
생계 위해 시작한 모창, 나훈아 대역까지 소화한 독보적 존재감

고 김갑순이 처음부터 모창가수의 길을 걸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는 과거 본인의 1집 앨범을 발표하며 정식 가수로 데뷔했으나 흥행에 실패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이후 생계유지를 위해 선택한 길이 모창가수였지만, 그는 결코 자신의 직업을 부끄러워하지 않았습니다. 생전 인터뷰에서 “나훈아 씨는 아니지만 무대에 서면 팬들이 행복해한다”며 모창가수로서의 보람을 당당히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의 실력은 다수의 모창가수 중에서도 단연 돋보였습니다. 2008년에는 대형 통신사 광고에 나훈아의 대역으로 출연할 만큼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했습니다. 가짜라는 편견을 실력으로 깨부수며 대중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소통했던 그는 진정한 민초들의 아티스트였습니다.
간암 투병 숨기고 무대 올라… 복수 찬 상태로 부른 마지막 노래

고인의 삶이 더욱 심금을 울리는 이유는 죽음의 문턱 앞에서도 마이크를 놓지 않았던 투혼 때문입니다. 그는 2년여의 항암 치료 기간 중에도 주변에 병색을 알리지 않은 채 무대에 올랐습니다. 자신을 기다리는 팬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해 극심한 고통을 견디며 웃음을 지어 보였습니다.
고인의 친동생이자 개그맨인 故 김철민(2021년 작고)은 형의 빈소에서 눈물 어린 비화를 전한 바 있습니다. “형은 요양 중에도 복수에 물이 차서 튜브를 차고 있으면서도 지인들에게 노래를 불러줬다”며 당시 현장이 울음바다가 되었음을 회상했습니다. 무대에 대한 열정이 생명 연장보다 소중했던 진정한 예능인의 모습이었습니다.
형제가 남긴 무대 열정,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
너훈아의 동생 김철민 역시 형의 뒤를 이어 폐암 투병 중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으로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었습니다. 형제가 나란히 암이라는 잔인한 질병과 싸우면서도 끝까지 대중에게 웃음을 주려 노력했던 모습은 연예계에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이제는 형제가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 고통 없는 무대를 이어가고 있을 것입니다.
“우린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다”는 가사처럼 그는 조금 일찍 이별을 고했지만, 그가 남긴 ‘고향역’, ‘잡초’ 등의 모창 무대는 여전히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살아있습니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았던 가짜 가수 너훈아. 그의 12주기를 맞아 무대를 향한 그의 지독한 사랑을 다시 한번 추모합니다.